해외에서 사는 한국 아이들, 한국어를 왜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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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회 작성일23-10-11 17:26조회1,3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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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반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세계의 모든 문자를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을 평가했는데 한글이 1위를 차지했다. 한글은 이렇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이다.
한류 열풍으로 내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제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글로벌한 시대이니 일 때문이든 유학이든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해외에 사는 한국 아이들이 한글을 왜 배워야 할까?
한글은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든 문자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만든 동기, 만든 원리가 알려진 문자이다. 한글은 과학적으로 발음 기관을 본떠 자음 14개를 만들고, 하늘과 땅과 사람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담아 모음 10개를 만들었다. 그 때문에 원리를 알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우수한 문자가 우리의 문화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한글을 우리가 사용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런데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면 모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이런 한국인들을 종종 본다. 어떤 한국 학생들은 무늬만 한국인인 경우도 많다. 말하기와 듣기는 하지만 읽기와 쓰기가 전혀 안 되는 사람은 더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유학을 온 학생들은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하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책을 잘 읽지만 한국어 책은 잘 안 읽는다. 그러니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맞춤법이 엉망인 경우도 허다하다.
해외에서 오래 산 한국 학생들은 ‘약속이 부러졌어요.’처럼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어색한 문장을 쓰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학생은 외국인이 쓴 것처럼 친구가 집에 놀러 왔을 때 엄마가 요리해 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표현을 이상하게 쓰기도 한다. “친구가 '나' 집에 놀러 왔다. 엄마가 친구를 요리해서 맛있게 먹었다"처럼 갑자기 식인종이 됐다고 쓰니 웃지 못할 일이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이중언어로 공부해야 한다. 하루 1시간씩이라도 꾸준히 한국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다. 모국어를 잊지 않고 영어와 한국어를 이중언어로 유창하게 쓰는 사람이 멋있지 않는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한국말을 유치원생 수준으로 말하고 쓰는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자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한국인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한국 교회를 찾아갔다. 하필 교회에 간 날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는 경건한 기도 시간에 한국말로 기도를 할 줄 몰라서 겨우 더듬거리며 어색한 기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황하여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하나님 아버지’를 말해야 하는데 ‘하나님 아빠가 ~” 하는 바람에 눈 감고 기도하던 고등부 학생들이 빵 터져서 박장대소를 하고 웃음바다가 되었단다.
그 후로 이 학생은 그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어이없는 실수가 스스로 창피해서 그랬단다. 한국인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말을 잘 못해서 어울리고 싶어도 못 어울리는 자신이 부끄럽고 미웠다고 했다. 결국 그의 가족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모두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지금 영어로 소통하고 싱가포르 로컬 교회에 다닌다.
어디에 살든 한국어를 말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을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알아야 한다. 한국어로 소통할 줄 모르는 한국인은 이미 한국 사람임을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한글을 배우고 한국어를 사용하기 위해 한국어 책을 읽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누구인가?’ 자기 정체성을 모르는 사람은 자기 존재에 대해 늘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모를 모르는 사람이 자기 존재를 불안해하는 것과 같다.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역사의식을 공유해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 그 바탕에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교육이 늘 있어 왔기 때문이다. 신은 바벨탑을 건설하는 인간에게 자연재해를 주지 않고, 왜 언어를 흩어지게 하는 저주를 내렸을까?
한누리 이미영(Michelle)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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