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흑인소년 살해' 백인 무죄…인종갈등 들끓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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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회 작성일13-07-16 10:23조회7,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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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상태이던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29)이 사건 발생 1년 5개월만에 무죄로 풀려나면서 미국에서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언론이 인종차별, 총기규제, 정당방위의 법적 범위, 미국의 사법제도에 관한 논쟁으로 들끓고 있으며 유명인들도 성명이나 트위터로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일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들끓는 여론을 달랬으나, 무엇보다 인종차별이라고 보는 흑인사회의 분노는 쉽사리 꺾일 것으로 보이지 않아 논란 장기화를 예고했다.
◇ 유명 연예인 등 무죄평결 비판…곳곳서 시위 잇따라
1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결 직후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비판적 의견이 트위터에 잇따르고 항의시위도 지속됐다.
바베이도스 출신의 유명 흑인여성 연예인 리애나는 "가장 슬픈 소식"이라고 말했으며,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는 "구역질이 난다"며 혐오감을 표현했다. 흑인 가수 존 레전드는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썼다.
트리니다드 출신의 인기 흑인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는 "하나님께서 지금 이 시간 마틴 가족을 위로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부당한 일을 겪은 모든 다른 가족들도 위로해 주시기를 빕니다"라고 올렸다.
미국 여배우 소피아 부시는 "플로리다에서 한 흑인 여성이 자기를 괴롭히는 자를 막으려고 경고사격을 했는데 20년형을 받은 적이 있다"며 무죄 평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무죄 평결 다음날인 14일 성명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 총격을 정당화하는 법률들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흑인 미식축구 선수 빅토르 크루스는 평결 직후 "짐머만은 1년도 못 버틸 것"이라며 사람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한 뒤 사과 의사를 밝혔다.
전날 밤 평결 직후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시카고 등 전국 각지에서 무죄 평결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린 뉴욕에선 이날 밤 시민 수천 명이 자녀들을 대동한 채 유니언스퀘어에서 타임스퀘어까지 거리 행진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마틴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흔들었고, 일부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후드티를 입고 마틴을 상징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약 150명이 고속도로를 가로막아 경찰과 충돌했다. 신화통신은 이 과정에서 최소 1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워싱턴과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탤러해시 등지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 미국이 둘로 갈렸다?…언론 논조에도 투영
미 주류 매체들은 이번 사건이 인종갈등, 총기 관련 법률의 허술함,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며 사회적 분열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레이번 마틴이 남긴 것'이라는 사설에서 이 사건이 "오늘날 인종 관계의 상태와 총기소유 허용을 둘러싼 싸움에 관한 슬픈 논평"이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 선제 총격을 허용하는 법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이런 법이 총기를 숨긴 채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과 함께 시행되면 위험이 더욱 커진다고 역설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플로리다주의 이른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 법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위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사설은 마틴이 편의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비무장 상태의 소년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플로리다가 조지 짐머만의 총을 돌려주듯이 쉽게 그(마틴)의 생명을 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찌라시 돌리는 장사아치들(hucksters)과 정치 선동꾼들(political demagogues)이 한 소년의 죽음, 한 가족의 슬픔, 한 남자(짐머만)의 자유라는 비극을 악용했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 사이트 '폴리티코'의 칼럼니스트 조 스카보로는 "미국 정치문화의 천박한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썼고,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칼럼니스트 존 로트는 피고인 짐머만에 대한 증거가 애당초 불충분했으므로 기소 자체가 무리였다며 처음부터 재판이 열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 마틴 父 "다신 이런 일 없길"…짐머만 가족은 환호
짐머만이 평결 직후 죽은 소년의 아버지인 트레이시 마틴은 트위터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하나님께서 저와 사이브리나(죽은 소년의 어머니)에 복을 내리시어 트레이(죽은 소년의 애칭)를 주셨습니다. 트레이는 죽었지만 우리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한 투쟁을 트레이도 자랑스러워할 것임을 저는 압니다. 하나님 복을 내리소서"라고 썼다.
그는 "우리와 함께 해 주시고 앞으로도 함께 해 주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비록 제 가슴은 찢어지지만 저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 자식 트레이를 항상 사랑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짐머만의 가족은 반대로 환호했다.
피고인의 형인 로버트 짐머만 2세는 평결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오늘 나는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올렸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마틴 트레이번이 총기를 손에 넣으려고 했거나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있었거나 마약을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앞서 짐머만의 아버지인 로버트 짐머만 전 버지니아주 대법원 사법치안관은 지난달 중순 출간한 '플로리다 대 짐머만: 내 아들 조지에 대한 악의적인 기소를 파헤친다'라는 제목의 전자책에서 "내 아들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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