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주체100년'의 북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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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회 작성일11-04-14 18:09조회11,9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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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4월 15일은 북한의 최대명절인 '태양절'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이 사망한 지 3년째가 되는 1997년부터 유훈통치를 내세우면서 김일성 생일에 붙인 이름이다. 이번은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원년으로 삼는 북한식 셈법으로 치면 주체 100년이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하게 넘어가고 있다. 북한이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끝자리 숫자가 0이나 5인 해)라고 시끌벅적하게 치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평년 행사처럼 치르고 있다.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으로 2012년을 이미 설정해 놓아선지 모든 걸 내년으로 미루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내년엔 정말 북한의 주장대로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수 있을까?
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북한 속사정은 별로 좋지 않다. ‘쌀, 불, 물처럼 'ㄹ' 받침 3개가 문제’라는 말이 돌 정도로 먹고사는 수준이 그야말로 형편없다. 여기에 중동바람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뜻에서 부쩍 심해진 통제와 단속 덕분에 '말'이라는 리을 받침 하나가 설상가상 더 추가됐다. 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북한주민들은 '달리기'와 '고이기'로 근근이 생존하고 있다. 지역간 시세 차익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안 되는 일을 되게 하기 위해 뇌물 고이는 걸 일상화하고 있다.
당국이 총력전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외부정보는 북한내부로 스며들고 있다. '남조선'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고, 남한 물건에 대한 호감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신라면, 김치라면이 국영상점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산 전자밥솥이 밥가마란 브랜드로 혼수목록에 오른 지 오래다. 상층 간부들 집에서 한국산 전자제품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다.
한국산 '색깔영화'(애로물) 때문에 신세 망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북한의 경찰청장격인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이 3월 중순 돌연 해임된 이유도 남한 색깔영화를 보다가 퇴학당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훼손시키고 달아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란 소문도 새나오고 있다.
북한체제가 자랑스럽게 내놓았던 체제작동의 기본 원리도 '물안지 법칙'에 지배당한 지 오래다. 추상같은 당의 지시와 지령도 이젠 뇌물과 안면보다 뒷전이다. 성분과 토대를 중시하던 주민의식도 돈을 누가 더 잘 버느냐는 기준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기 한번 못 펴고 살던 북한 여성들도 장마당에서 생계를 책임지면서부터 손 하나 까딱 않는 남편을 '멍멍이'로 부를 정도로 의식구조가 밑바닥부터 바뀌고 있다.
인민들이 펼치는 처절한 생존경쟁은 김정은 후계구도안착 노력조차 뒷전으로 밀쳐내고 있다. 김정은 생일(1.8)을 공휴일로 정하고 같은 이름을 가진 인민에게 개명을 지시하는 등의 후계구도 플랜도 인민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피도 마르지 않은 새파란 게 무슨 후계자냐’는 분위기를 의식해선지 만27세란 것도 밝히지 않은 채 후계자 이미지 쌓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선군정치의 상징인 군대 사정도 많이 딱하다. 한 끼에 옥수수 두 이삭으로 하루 세 끼를 때울 수밖에 없는 군인들이 배고파서 더 이상 광석 채취를 못하겠다고 거부하자 보위부는 이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진압해 버렸다. 고향 부모가 굶어죽었단 소식을 듣고 자살한 황해남도 장연군에 근무하는 어느 대대장의 슬픈 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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