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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김정은 생일 계기 3대 세습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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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회 작성일11-02-26 14:01
조회10,7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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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김영수

 

만 27세 별 넷짜리 김정은의 운명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급부상하고 있다. 세 살 때부터 명사수였으며, 7개 국어를 구사하는 포격의 귀재란 엄청난 선전 속에 김정일 후계자로 만들어지고 있다. 오는 8일이면 만27세가 된다. 젊디젊은 나이에 벌써 별 넷을 단 대장이란다. 남들은 30년 이상 복무해도 달까 말까하는 별 넷을 김정일 아들이란 프레미엄으로 단번에 거머쥔 결과다.

 

후계자 만들기에 그토록 속도를 내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걸 보면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운 김정일이 급하긴 급했나보다. ‘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주민은 모두 개명하라는 지시로 현재 북한에는 김정은 외는 어떤 성을 가진 정은이도 없다. 올해 생일을 뜻깊게 기념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서 ‘충성의 선물’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초호화 관저와 별장을 신축 중이라는 외신도 나오고 있다. ‘척척척 우리 김대장 발걸음, 힘차게 내디디면 온 강산과 인민이 받든다’는 ‘발걸음’ 노래가 인민가요가 된지도 꽤 오래됐다.

 

그렇다고 속성으로 만들어진 후계자 운명이 평탄할 것 같진 않다. 김정은 실체가 인민들 사이에 알려지는 순간 만들어진 후광이 무너질 공산이 커, 재일교포 출신 고영희가 엄마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고모 김경희 손에 컸다는 이력으로 위장하고 있다. 또 어릴 때부터 권력을 향유해 온 지도자가 북한 사회 변화와 인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리 만무해 김정일보다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줄서기에 목숨 걸고 있는 측근들 거짓말 덕분에 사리판단이 흐려질 확률 또한 높다.

 

절대 권력 이양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데 속성 재배된 지도자에겐 시간이 너무 없다. 북한에 민주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면 루마니아 독재자 운명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이게 인민을 속이고 절대 권력을 재생산하려는 백두혈통 김정은 청년대장의 운명이다.

김정일 권력이 김정은으로 온전하게 승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군권과 당권의 이양이 그 첫째다. 문제는 이런 필요조건보다 후계자가 갖춰야 하는 충분조건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기득권 세력의 위세에 눌려 지내는 일반 당원들의 충성심이 따라갈 것인지, 별 달아준다고 김정은 사람이 될 것인지, 인민들 지지와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김정일조차 확신이 서지 않아 여동생 김경희한테 대장 칭호를 주면서 당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하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최룡해(황북도당책임비서), 리영호(군 총참모장) , 김경옥(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을 김정은 후계구도를 위해 요직에 앉혔다.

 

강성대국 건설을 1년 앞둔 상황에서도 부사와 형용사만 있고 구체적 숫자가 없다고 불평하는 간부들 심경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김정은 후계구도는 안착하기 힘들다. 먹고 살기 위해 외부 정보에 민감한 주민들의 생존문제를 제대로 챙기기 못하면 지지기반은 밑에서부터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자력갱생과 경공업 재건 밖에는 내세운 미래비전이 없었다.

 

이제 북한 민심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절대 권력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김정일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지 오래됐다. 북한 주민들은 ‘가는 길 험난하면 버리고 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절대 권력의 정통성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 김정은 후계구도가 안착하기 전에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절대 권력의 공백을 선점하려는 권력투쟁의 쓰나미가 거세게 불어닥칠 게 뻔하다. 이게 김정은 앞에 놓인 과제이자 운명이다.

다음 차례는 김정일 독재정권

이집트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날로 뜨겁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에 이어 북아프리카 종주국인 이집트에도 개혁의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30년 무라바크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시민혁명은 독재척결을 넘어 아랍문화의 새로운 혁명을 예고할 정도로 거세다.

중동전쟁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무라바크는 북한을 네 차례나 방문, 김일성을 만난 적이 있다. 방문 후부터 아들 가말을 후계자로 세우는 준비를 하는 등 사람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집트 집권당(국민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가말은 올해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란 얘기가 나돌았던 인물이다. 무라바크가 북한 후계과정을 벤치마킹한 결과였다.

김일성을 만나고 난 뒤 북한 흉내를 내려다 나라를 망친 독재자로는 무라바크 외에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와 짐바브웨의 무가베가 있다. 장기독재에 이어 권력세습을 시도하다 비참하게 사라진 인물들이다. 모두다 민심을 거스르고 공포의 정치를 자행하고,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줄 무리수를 두다 권좌에서 굴러 떨어진 경우다.

그럼 다음 차례는 김정일 정권인가? 김정일 정권도 차우세스쿠, 무라바크, 무가베 못지않게 장기독재, 권력세습, 경제난 등 정권 몰락의 필요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다음은 김정일 차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라바크 키파야 바르라"(충분하니 퇴진하라)에 이어 김정일 퇴진의 목소리도 곧 북한 땅에서 들려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감을 잡은 탓인지 북한 독재정권은 이집트 소식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에 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변화의 새 바람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폐쇄체제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바깥 소식이 이곳저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사이버 네트워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북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입소문인 유비통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변화의 싹이 개화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차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예전보다는 약해졌어도 아직은 막강하다. 민심을 부추길 수 있는 여건도 많이 부족하다. 그만큼 북한체제는 정변의 조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북한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 수 있을까. 문제는 간단하다. 폐쇄체제를 약화시키면 된다. 바깥소식을 철저히 차단하고, 내부 정보를 유통시키지 않는 폐쇄성을 약화시키면 된다. 이것이 북한변화를 유도하는 지름길이며 체제변환을 견인하는 지렛대다.

새로운 소식을 북한사회에 주입시켜 북한 주민들이 눈 뜨도록 해야 한다. 사회구성원이 의식화되기 시작하면 민심이 형성되고, 만들어진 민심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를 수용할 수 없는 정권은 공포 조장과 통제로 버티려 하지만 결국은 민심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동구권 붕괴를 초래한 변화의 방정식이다. 그리고 현재 북아프리카에 일고 있는 변화의 정식이다.

전단지(삐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태도가 바로 북한변화 가능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예전보다 달라진 북한사회는 새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조선'에 대한 관심도 무척 높다. 최신 상품과 유행에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뭣 때문에 이렇게 못 사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던 당국 얘기를 흘려들은 지 오래다.

'다음 차례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성사키기 위해선 북한변화의 충분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기다리면 안 된다. 이제 새 소식을 제대로 들여보내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 민주화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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