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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민보기 님께서 보내주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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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회 작성일09-06-03 17:02
조회11,4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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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글을 여러분께 올리는 저는 민보기 할머니입니다. 그간 안녕들 하셨습니까

썰물처럼 빠져나간 세월의 뒷모습에 남편의 숨소리가 묻혀버린지 두달이 되었습니다. 저를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분들께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제 남편은 310 TanTokSeng 병원에서 이승을 하직하셨고, 1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도 뒤로 한 채 조총소리와 구슬픈 장송곡에 묻혀 망각의 피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제 남편은 항상 수화기 저쪽에서 저를 기다려 줄 줄 알았는데 너무 쓸쓸하게, 외롭게 이국의 병상에서 먼길을 떠났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생명의 질서이고, 삶은 죽음이 있어 더욱 소중하고 죽음이 없다면 삶의 의미가 없다지만 그 누구도 어떤 이유로든 동행할 수 없어 돌아올 수 없는 긴 여행이라 했나 봅니다.

 

살아 생전 잘 해드렸지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감의 짓눌림,

이별에 익숙한 사람은 없겠지만 미워할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고 너무 허술한 이별에 저를 죄인으로 남게해 가슴 찡한 아픔이 오래오래 상처로 머물고 저를 힘들게 해도 가슴 깊이 묻어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미움으로 되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사소한 일상의 별 볼일 없는 일들에 대해 시시비비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으로 눈빛만 봐도 알고 때론 웃음과 자조와 작은 분노들을 표출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는데 지금은 모든 감정들을 주고 받을 상대가 없고 안으로 삭여야하는 허전함을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공간으로 혼자 남은 사람의 몫이니 감수해야할 고통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옆자리에 지지고 볶고 웃고 우는 쌍곡선을 함께 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축복속에 사시는 것이니 많이 부딪치고 충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행복하십시요.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슬픈 상념들은 뒤로 하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일면식도 없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용기 잃지 말라는 의미로 끈끈한 정을 많이 베풀어주신 분들께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고 지면으로 인사드림을 용서해 주세요.

 

윤상돈 영사님, 성함을 안 밝히신 두 분, 한인회 봉세종 회장님, 권숙진 부회장님, 사무국장님, 민주평통 정준택 위원장님, 고려식품, 봉봉 노래방, 비원, 종합 컨설팅, 향토골, 에스마트, 김원형 사장님, Evelyn-Teo, Nicole, Alice….

많은 힘이 되게 응원해 주셔서 많이 감사하고, 앞으로는 더욱 노력해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은 시간 헛되지 않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힘쓰겠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이렇게 쓰여있답니다.

저도 우물쭈물하다보니 나이가 훌쩍 70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크게 와닿는 말이니 잘 기억하면서 뜻있게 삻을 엮어나가겠습니다. 교민 여러분도 알찬 시간 만들면서 건강하게 생활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감사의 말을 대신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518일 민보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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